논단

꿀 등급제 활성화를 위한 제언
꿀 등급제, 국내 벌꿀 경쟁력 키워
소비자 홍보 강화로 든든히 뿌리 내려야

글. 손재형 자문위원 (한국양봉농업협동조합 경제사업부 양봉연구소)
한국과 베트남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가 완전히 사라지는 2030년 이후에는 양봉 여건이 더욱 악화하고 우리나라 농업 분야 전체가 막대한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꿀벌이 사라지는 현상과 더불어 국내 양봉 여건이 악화하면서 더욱 촉진되고 있는 봉군 수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국산 농산물, 특히 국산 과일과 채소 생산 등에 간접피해를 유발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최근 사과, 참외 등 과일 생산량의 감소에 따른 급격한 가격 상승으로 이미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안동대 정철의 교수 연구팀의 ‘한·베트남 FTA로 인한 농산물 생산 피해액 조사 연구’에 따르면, 꿀벌 사육군수 감소가 국산 농산물 생산에 미치는 간접피해액이 15년간 4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는 꿀벌 사육군수 감소에 따른 국산 농산물의 간접피해를 감안하지 않은 채 각 농산물의 단순 생산량 감소만 비교하여 산출한 15년간의 국내 농업 분야 전체 피해액으로, 정부가 ‘한·베트남 FTA에 따른 피해분석 모형’에서 산출한 705억 원의 5.6배에 달하는 커다란 규모입니다.
꿀 등급제 정착을 위한
소비자 홍보 강화
이에 따라 국산 벌꿀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소비자에게 그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시작된 국산 벌꿀의 품질등급제가 시범사업으로 도입된 지 10여 년 만인 2023년 12월에야 본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늦었지만 국산 벌꿀의 경쟁력을 키우고 국내 농업 전반에 걸친 생산력 저하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꿀 등급제가 빠르게 정착되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 사항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먼저 꿀 등급제의 홍보입니다. 정부가 인정하는 제도임에도 소비자와 대형 유통업계를 대상으로 하는 홍보가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대형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홍보는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등급제 벌꿀의 노출을 증가시켜 자연히 판매가 확장되는 효과를 얻게 될 것입니다. 또 소비자에 대한 등급제 홍보를 통해 시장에서 등급제 벌꿀 판매 매장이 자발적으로 확대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축평원의 신뢰할 수 있는 등급제에 대한 소비자의 인지도 향상은 등급 꿀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 상승을 통해 판매가 확대되는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등급판정 제품과 비 등급판정 제품의 차별화를 위해 상표뿐 아니라 전용 용기 등 패키지를 개발하여 등급 꿀과 비 등급 꿀을 손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홍보나 공익광고를 통해 지속적으로 노출하는 것 또한 등급제를 빠르게 확산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나아가 벌꿀 등급판정 시스템 누리집에 대한 접근 편리성을 개선하여 시판 벌꿀의 개별 이력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 이력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소비자들이 벌꿀에 대한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되어 벌꿀 제품에 대한 믿음뿐 아니라 등급제 관리에 대한 신뢰성 또한 높아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렇게 된다면 대기업을 본 제도에 참여시키기에 수월해질 것이며, 대기업의 광고를 통한 지속적인 등급제 벌꿀 홍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꿀 등급제 가시적 효과 거둬…
지속적인 연구와 노력 필요
소비자들이 믿을 수 있는 고품질 벌꿀 생산이라는 양봉 업계의 오랜 염원은 축평원의 꿀 등급제로 어느 정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듯 보일 수 있습니다. 국산 천연 벌꿀만을 대상으로 하는 등급제인 까닭에 소비자들이 등급제를 통해 그동안 가장 큰 불신의 원인이 되었던 천연 벌꿀 여부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 등급제의 가장 큰 성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누구든지 위생적으로 안전하고 기본적인 기준을 충족하는 꿀 등급제만 확인하면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고품질의 국산 천연 벌꿀을 믿고 구입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러나 벌꿀의 등급을 나누는 지표 중 잔류물질과 천연 벌꿀 여부를 가리는 점도 중요하지만 국내산 꿀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관능적 기호도와 함께 밀원별 기능적 특성을 반영한 품질등급 체계에 대한 검토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가까운 예시로 뉴질랜드의 마누카 꿀과 같이 각 벌꿀의 효능에 따른 마커 개발을 통해 객관적인 벌꿀의 등급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벌꿀의 효능과 성분을 구별하기 위한 많은 연구가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제 시작하는 꿀 등급제가 오래전부터 소비자가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궁금해 왔던 벌꿀 진위에 대한 명확한 해결방안이 된 만큼, 모든 소비자가 등급제의 등급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원하는 품질의 벌꿀을 구매할 수 있는 기준이 되도록 지속적인 연구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